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죄인'이 아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상실신고에 최대 1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법과 절차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에 따라 특정 기간에 국적이탈 기회를 놓치면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는 위헌 요소가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21일 LA한인회에서 주최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 법무부 관계자까지 참석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관련 국적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 기회에 한인들의 불편과 피해를 확실히 알려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LA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K씨는 최근 총영사관에, 미국에서 태어난 큰아들의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에 대해 문의한 결과 국적상실신고가 다 마무리되려면 약 1년 6개월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K씨는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큰아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만에 하나 이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이 한국에서 활동을 원할 경우 병역문제 때문에 꿈이 좌절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련 절차를 문의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K씨의 경우 본인의 국적상실 신고부터 시작해 혼인신고, 자녀출생신고, 아내의 국적상실 신고를 완료해 가족관계등록부를 모두 정리한 뒤 큰아들의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걸리는 기간이 빠르면 1년 3개월, 늦으면 1년 6개월이 소요된다. LA총영사관의 박상욱 법무영사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러나 우선 정해진 기간 안에 국적이탈신고 접수부터 한 뒤 필요한 서류는 나중에 제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이미 국적이탈 신고기간이 지난 3월로 끝났다. 내년에 만18세가 되는 2000년 1월1일부터 12월 31일 이후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은 내년 3월 말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국의 병역의무 대상자로 분류되고 만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 여성은 만 22세 되는 해까지 국적이탈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남자의 경우 병역법상 기한 내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90일 이상 유학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장기 체류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병역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현행 국적법은 2005년,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발효됐다. 당시 홍 의원은 "사이비와 진짜 동포를 구별하기 위한 법이다. 원정 출산, 재외 공관직원, 특파원 등, 일시 체류자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것이지, 재외국민과 재외동포 2세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한국 호적에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과 무관하다'는 1998년 대통령 시행령을 삭제해버렸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10년 이상 재외동포들은 불편함과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적이탈은 거주지 관할 재외공관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해당자의 나이가 만 15세가 넘으면 본인이 직접 공관을 방문해야 한다. 국적이탈에 필요한 구비서류는 신고서(2부), 신고사유서(2부), 외국 거주 사실증명서(2부), 사진 1매, 본인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2부), 부모 기본증명서(2부), 미국 출생증명서 원본 및 사본(2부), 부모가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의 경우 시민권, 여권, 영주권 원본 및 사본 2부, 한국여권이 있는 경우 여권 원본 및 사본 1부, 본인 주소 기재 및 우표 부착된 반송봉투 1매, 수수료 18달러 등이다. 하지만, 가족관계 증명서를 정리하는데 개인별로 별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K씨가 선천적 복수국적자 신분인 아들의 한국 국적 상실신고와 관련해 LA총영사관에 서면으로 질의한 문의 내용과 총영사관 측 담당자의 답변을 정리했다. ▶문의 저는 가족이민으로 1988년 미국에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했고 1996년에는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별도로 관할 총영사관을 방문해 국적상실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1999년 한국 국적자 여성과 결혼했고 1년 뒤인 2000년 큰아들이 태어났습니다. 2004년에는 둘째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영주권자로 생활하다 2013년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두 아들의 출생에 대해서도 총영사관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장남은 올해 7월 만17세가 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제 큰아들에 대한 한국 국적상실신고를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요? 또 절차마다 일반적으로 처리에 걸리는 예상기간,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은 제 아들의 출생에 대해 총영사관 등 관할 공관이나 한국 내에서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이들 자녀가 미국 여권으로 한국에 들어갈 경우 이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한국 정부나 관계기관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요? ▶답변 -현행 국적법뿐만 아니라 K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1996년 시행되던 국적법에 의할 때에도 한국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 그 외국국적을 취득한 때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합니다. 따라서 K씨가 1996년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날로부터 한국국적을 상실하게 되며,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아 한국 내 호적이 정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한국 국적자는 아닙니다. -두 아들의 경우, 출생 당시 어머니가 한국국적을 보유한 상태였기 때문에 출생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출생과 동시에 당연히 한국국적을 보유하게 됩니다. 즉, 두 아들은 출생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을 모두 보유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입니다. -K씨의 장남이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국적자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국적 보유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장남의 가족관계증명서뿐만 아니라 부모의 기본증명서 또는 제적등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의한 내용을 보면 아버지가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았고, 부인과의 혼인신고도 한국에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혹,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녀 출생 당시 어머니의 국적이 한국국적이므로 자녀가 한국국적을 취득하는 데는 문제가 없음), 출생신고도 누락되어 있기 때문에 국적이탈 신고를 위한 전 단계로 본인과 부모의 가족관계등록사항이 명확히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아버지의 국적상실 신고, 부모의 혼인신고, 자녀출생신고, 어머니의 국적상실 신고 등이 완료되고, 한국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모두 정리된 이후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여야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혼인, 출생신고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이 국적이탈 제한시기를 도과(지나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 가접수를 한 후에 각종 신고절차가 완료된 후 보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위의 각종 신고 절차(상실, 혼인, 출생신고)의 처리에는 약 3~6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국적이탈의 처리는 12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국적이탈 신고 시에는 수수료(18달러)가 부과되지만, 국적상실신고, 부모의 혼인신고, 자녀의 출생신고 시에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복수국적자라 하더라도 한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한국의 이민당국이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복수국적자가 미국의 공무원 선발, 사관학교 입학, 미국 시민권자에게만 적용되는(복수국적자는 제외) 장학생 프로그램 등에 지원했다가 신원조사 과정에서 복수국적자임이 확인되어 국적이탈을 문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